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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반 선정 앨범 

이상은 [외롭고 웃긴 가게]











대담 : 이상은 VS 이동연

   글 : 이동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사진 : smooth

음악의 사원, '스무 계단'을 오른 최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이상은

한국 최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이상은이 13집 [The Third Place]을 작년 말에 발표했다. 그녀는 어느덧 음악데뷔 20년을 맞이하고 있다. 1988년 '담다디'로 데뷔했던 그녀는 13집의 정규 음반을 내기까지 '변화와 성숙', '변신과 일관성'이란 끝임 없는 자기 성찰의 음악적 여정을 유지해오고 있다. 그녀를 세상에 알리게 한 '담다디'는 사실 그녀의 정규 음반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상은의 음악 여정에서 이른바 대중들이 좋아하는 '유행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웰 메이드' 곡속으로 흡수된다. '공무도하가', '언젠가는', '외롭고 웃긴 가게', '비밀의 화원', '돌고래자리', 그리고 '삶은 여행'으로 이어지는 '웰 메이드' 곡들은 '반짝인기용' 유행가는 아니지만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들, 음악의 음악다움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의 기억에 잘 저장되어 있다. 이상은과 이상은의 음악은 같이 나이를 먹고 세월의 깊이를 조금씩 알아가는 사람들에게 잔잔하지만 흐믓한 미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삶이 여행'이듯이 그녀에게 음악도 늘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은 여행의 동반자일 것이다. 13번째 여행의 지도를 펴든 이상은을 만나보았다.

음악은 삶이고, 삶은 여행이니까

"13집 [The Third Place]와 오키나와의 풍경"

이동연 : 이상은씨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먼저 새로 내신 [The Third Place]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이번 앨범작업을 위해 일본 오키나와에서 오래 동안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곳의 풍경이랄까, 기억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이상은: 일단 오키나와에서 레코딩을 하게 될 줄은 저는 몰랐었어요, 예전에 [공무도하가] 할 때 프로듀서이신 와다 이즈미씨가 동경에서 그쪽으로 이사를 가면서 스튜디오를 만드셨는데, 저에게 거기서 작업을 해보자라고 하셔서 가보게 된 건데, 글쎄요, 일단은 가만히 숙소에 앉아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뭔가 아주 어렸을 때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것 같더라고. 자꾸 어린 시절 기억들이 떠오르고 햇빛 같은 것들도 초등학교 때 기억 같은 것들이 막 떠오르게 하는, 그런 햇빛인 거예요, 그래서 되게 이상하다, 여기 참 특이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죠. 그러니까는, 아무튼 뭔가 막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애를 쓰는 그런 동경 같은데서 느껴지지 않는 그런 잊혀 진 기억들이 떠오르게 만드는, 그런 깨끗한 자연이라고 해야 되나, 그러니까 아주 행복했던 어린 시절 같은 것들이 묻어나오는, 아주 좋은 곳이었어요.


 

이동연: 인터뷰를 위해 1집 음반부터 13집까지 쭉 들어봤는데, 특히 이상은씨 노래들에는 여행을 통해서 얻었던 경험들이 많이 나오고, 가사에도 굉장히 많이 반영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오키나와에서 작업을 하시면서 가장 오키나와의 인상이나 풍경 같은 경우를 잘 표현했던 곡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상은: 사실 그렇게 오랜 시간 오키나와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몇 곡 없습니다. 좋았던 것은 오키나와는 음악성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쪽 민요라던가 그런 것 들으면 금방 되게 특이하고 재미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와다 상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모든 오키나와 사람들이 오키나와 '사미센'이란 악기를 다 다룰 줄 안대요, 모든 사람들이 민요를 부를 줄 알고, 그리고 민요를 되게 소중하게 여기고 있고, 그래서 바닷가에 가족들이 다 모여 있으면 번갈아 가면서 사미센을 치면서 다 노래를 부른대요. 오키나와의 술을 먹으면서, 그런 어떤 목가적인 풍경에 자극을 받아서 '에코송'을 지었어요. '에코송' 같은 경우에는 제 나름대로 해석한 오키나와의 민요스러운 어떤 것을 표현해보려고 했고, 또 오키나와가 갖고 있는 순수함이라던가, 그런 깨끗한 자연의 아름다움 같은 것들이 무척 인상에 깊었습니다. 특별히 분리수거를 잘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되었죠.

"여행 같은 음악, 음악 같은 여행"

이동연: 12집 [로만토피아]에서 제가 제일 많이 들었던 노래 중에 하나가 '지도에 없는 마을'인데요. 방금 말씀하신 '에코송'이나 '녹턴 야생화'의 가사를 살펴보면 본인이 경험하거나 어디 여행을 가서 느꼈던 점을 직접 가사로 쓴 것 같아 보입니다. 특히 '지도에 없는 마을'은 자세한 묘사를 가사에 담고 있어서 이곳이 과연 어디일까 궁금했는데요, 실제 존재하는 마을인가요?

이상은: 그러니까 음반이 나올 때는 미디어도 만나야 되고, 공연도 해야 하고 정신없이 다니는데, 그러지 않을 때는 대게 천천히 친구들도 만나고, 놀기도 하고, 여행도 가고, 그런 시간을 가져요. 그럴 때 느껴지는 경험들 같은 것들이 가사로 그대로 녹아나게 되거든요. 지도에 없는 마을 같은 경우에는 그때 당시에 제가 되게 좋아했던 친구가 서울을 되게 싫어하더라고요. 어린 친구들이 그렇겠죠, 그래서 되게 반항심 같은 것도 많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막, 약간 불량해지기도 하고, 그런 것 말이에요, 그 얘길 듣고 무척 충격을 받은 다음에, "그래 그럼 너는 서울에 오기 싫으냐." 그랬더니 자기는 그냥 욕심 없이 그냥 아주 작은 마을에 가서 사는 게 자기 꿈이라고 그러는 거예요. 아직도 한국이 서울 중심이고 게다가 그렇게 좀 변두리 지방에 있는 친구들은 무척 강한 그런 패배감을 어릴 때부터 느끼고 있고, 그걸 어떻게 나라에서 잘 어떻게 해주지도 않고, 그리고 결국 자기가 원하는 거는 그냥 이름 없는 시골마을에 가서 그냥 살고 싶다는 것 말이지요. 그런데 제가 그때 적지 않은 충격도 받으면서 감동도 받았습니다. 제가 감동을 받은 이야기들이나 스토리들을 곡으로 만드는데, 그래서 노래로 남겨놔야지 라고 생각을 했었죠.

이동연: 그러면 제목에 있는 마을은 실제 존재하는 곳은 아니군요?


이상은: 네, 그만큼 아무도 모르는 데 가서 살고 싶다는 것을 상상한 것이죠.

이동연: 12집에 실린 '둥글게'라는 노래도 이상은씨의 개인적인 삶에서 나온 것 같은데요. 혹시 좀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없나요?

이상은: 보통 음악하시는 분들이나, 뭐 작업하시는 분들은 좋아하시는 아지트들이 있어요. 실제로 제가 무척 한때 좋아했던 가게가 '무경계'라고 하는 데가 있었어요, 혹시 아실지 모르겠지만. 모든 젊은 예술가들이 다 모이는, 서교동 근처에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그 무경계라는 곳에 가면 차원이 되게 높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일상적인 차원이 아닌 데로 가는듯한, 그러니까 오는 사람들이 상상력이 풍부하니까 그 에너지들이 모여서 거기에서 막 퍼포먼스들도 하고, 즐겁게 영감을 얻고 했었는데, 그 가게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아 버린 거죠. 그래서 너무 슬퍼서 그걸 또 노래로 만들었어요.

"네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라"

이동연: 다시 13집으로 좀 돌아가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어느 일간지 인터뷰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기자가 13집이 [공무도하가]보다는 대중적이면서 [로만토피아]보다는 철학적이다라는 말을 했더라구요. 어떤 점에서 [로만토피아]보다는 좀 더 자기 정체성에 대한 탐구를 더 했다고 보고, 대신 [공무도하가]보다는 좀 더 쉬워졌다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상은: 뭐라고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꼭 일본이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일본의 경우는 음악에 대해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의식이 되게 성숙해 있어서 불법다운로드라던가 그런 걸 거의 안한대요. 일본 프로듀서들은 음반을 제작할 때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게 뭐냐면, 아티스트로가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걸 잘 표현하게 해준다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죠. 아티스트를 막 다뤄줘야 되고 뭘 가르쳐줘야 되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푸시 해줘야 되는, 유약하고 바보 같은 존재로 보더라구요, 근데 그렇지 않거든요. 제가 한 7년 만에 일본으로 돌아가서 음반을 만들어 봤더니, 여전히 저를 전적으로 믿어주고, "네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라." 딱 그러더라구요. 아 이거 정말, 정말 다른 태도다라고 생각했죠. 가장 중요한 거는 아티스트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드는 것, 그리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걸 도와주는 것이라는 어떤 대전제가 있었다는 거죠.

이동연: 근데 그 이번에 타이틀곡인 '삶은 여행'은 다른 곡에 비해서 멜로디가 딱 머리 속에 꽂히는 그런 게 굉장히 많은데, 타이틀 곡은 실험적인 것보다는 대중적인 면을 고려해서 작업하신 건가요?


이상은: 글쎄요, '삶의 여행'은 저를 도와주려고 하신 분들의 의견을 제가 나름대로 소화를 해낸 것 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소화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제가 자연스럽게 대중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음악을 통한 그런 유대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곡들을 쓸 줄 알아야 된다라는 마음도 한구석에 제 자신 안에 생겼죠. 그러니까 그게 외부적인 어떤 압력에 의해서 그런 걸해야 되는 게 아니라, 제 스스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이제는 그거를 제가, 주위를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구요.

이동연 : 13집하고 12집 중간에 약간, 디지털 음반 하나를 내셨잖아요. [아웃 오브 스페이스]라는 앨범인데, 이게 그 전에 작곡하셨다가 미처 앨범에 수록하지 못했던 곡들을 묶어서 낸 것인데요. 어제 쭉 들어보니 되게 좋더라고요. 앨범에 실린 여섯 개 곡이 굉장히 다 개성 있게 곡이 정리가 되어있다고 느껴지던데, 일종의 번외 앨범을 내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이상은: 예를 들면 일본의 아주 큰 거대 레이블들, 예를 들면 EMI라든가, 그런 곳하고 계약을 해서 음악을 만들어보면 음악을 만드는 시스템이라던가, 여러 가지 다른 로직들 같은 것들 때문에 고생을 좀 했었어요. [아웃 오브 스페이스]는 그럴 때 많이 떨어져 나간 곡들을 묶은 것들입니다. 일본의 그런 메이저 회사들은 여전히 보수적인 부분들이 또 있어서요. 저는 메이저 회사에 가면 자유로울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데요. 아무튼 음악이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서, 여러 가지 요소들, 뭐 레코드회사 의견이라던가, 제작자의 의견이라던가, 어떤 시대적인 상황이라던가, 그런 것에 의해서 모양이 형성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좀 아쉽긴 하지마는 제 나름대로는 프리하게 아트워크를 했던 곡들만 잘린 것 같아요.

"월드뮤직이 아닌 '어덜트 얼터너티브' 음악"


이동연: '공무도하가'나 '어기여디어' 같은 노래를 들으면 이상은씨 음악이 월드뮤직과 계열에 속하지 않나하는 느낌을 받는데요. 이번 13집 앨범에도 아시아 전통악기들을 사용한 것 같은데요.

이상은 : 글쎄요, 저는 제 음악을 월드뮤직이라고 하기에는 어렵지 않나 생각해요. 이번 앨범을 프로듀싱한 와다상은 컨템퍼러리 음악 장르를 정해놓고 계시고, 사실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어덜트 얼터너티브'이기 때문에, 컨템퍼러리와 얼터너티브가 섞인 위치에 있었으면 좋겠죠. 베를린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젊은 친구들이 제 음악을 교수님들에게 들려줬더니 매우 좋아했다고 해요. 아마 제가 베를린에서 공연하게 되면 팝 장르로 경쟁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럴 때는 월드뮤직 카테고리에 넣어 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이동연: 제가 인터뷰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전에 같이 작업을 했던 한 일본 프로듀서가 "너는 펑크적인 스타일의 음악은 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혹시 일본에서 이상은씨의 음악을 정말로 '어덜트 컨템퍼러리'로 생각하는 게 아닌지요?

이상은 : 제가 만든 음반 중에서 [외롭고 웃긴 가게]가 재미있게 만든 것인데 그 작업을 하면서 제 작업을 도와주신 일본 어른 분들과 많이 싸웠어요. 그 음반을 낼 때도 제가 펑크적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데, 어른들은 그런 거 별로 안 좋아 하셨어요, 이제 메이저 회사들을 지금 찾고 있는 중인데, 그런 음반이 나오면 안 되니까 만일 네가 원하면 그럼 한국에서 돈 받아내서 네가 그냥 만들어보라고 하시더군요. 일본에는 근데 그거 발매 안한다고요, 저와 작업한 일본 분들은 그런 거 되게 싫어하세요. 사실 제와 함께 일했던 분들은 대부분 컨템포러리 쪽 음악을 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공연장에 가면 머리가 다 하얗습니다. 일본에서 그렇게 활동을 하니까, 되게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세대의 사람들이랑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고... 되게 답답하더라고요. [외롭고 웃긴 가게]가 나왔을 때가 스물아홉인데 그러고 있어야 되니까.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 실컷 놀았어요. 클럽도 많이 가고, 놀 애들도 많이 사귀고... [외롭고 웃긴 가게] 같은 앨범은 앞으로도 나오려면, 아마 다케다 상이나 와다 상이 없는 곳에서 해야 될 것 같아요.

이동연: 일본에서 음반이 많이 팔렸나요? 어떻습니까, 상업적으로 성공하셨다고 볼 수 있나요?

이상은 : 글쎄요, 사실 일본에서는 음반이 그렇지 많이 팔린 것은 아닙니다. 말씀드렸지만 제 음악이 대중성이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대신에 이제 [공무도하가]의 경우 제가 잘,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런대로 나간 걸로 알고 있어요. 일본에서는 세계시장 진출 목적으로 저를 도와줬었던 것이거든요. 제 음악을 독일 쪽에 보냈는데, 그 쪽에서는 "아시아 음악은 참 재밌는데, 지금 나오기엔 너무 이르다."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동연 : 일본에서 공연은 많이 하셨나요?

이상은 : 공연 많이 했죠. 제 팬들은 일본에서 전문직 종사자나 문화계 인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때도 일본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기도 할 정도로, 약간 좀 하이클래스 팬들이 많았습니다. 일본 음반사에서 나름대로 서포트를 해주었기 때문에 이런 분들이 좋아하는 음악작업이 가능했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성 뮤지션으로 산다는 것은"

이동연: 한국에서는 사실 여성 뮤지션이 음악생활을 온전하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상은씨 같은 경우는 평단에서도 인정을 받았고, 또 원래는 처음부터 대중적 인기를 얻었던 가수이자 아티스트고, 그런 점에서 이상은씨 같은 경우야말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동시에 대중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그게 의무감은 아니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싱어송 여성 아티스트로서, 뮤지션으로서 자기 포지션 같은 것에 대한 상이 있을 텐데요.

이상은 : 아니 뭐, 요즘은 한 만장만 팔려도, 대단하다고 하는데, 지금 뭐 한국에 돌아와서 그 정도 선은 계속 넘었기 때문에 뭐 특별히 제 자신한테 "너 이제 음악 그만하자."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지는 않아요. 물론, 제가 작전을 바꾼다든가 좀 더 대중적으로 가야한다던가, 주위에 조언을 해주는데, 그런 게 결국은 주효하게 돼서 다음 앨범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늘 이루어져 왔어요. 고맙게도. 물론 피땀 흘려서 노력하고 고생도 진짜 많지만, 이번 앨범도 그럴 거라고 믿고 있고, 지금 그래도 어느 정도는 팔리고 있고요, 만약에 지금 어떤 만장, 이만장이라는 레벨이라고 치면 옛날 같았으면 30만장, 40만장이니까, 그렇게 따져본다면 지금 무척 잘 되고 있는 것이거든요. 또 하나는 하도 일본에서 활동하겠다고 했을 때, 이미 일정 부분 포기를 한 부분인데요, 그러니까 음악 생활을 하기 위해서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려는 생각을 포기하고,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배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계속 생활이 똑같진 않고,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보통 사람들처럼, 작년보다는 올해가 낫고, 보통 제 나이 또래들이 회사 다녔을 때 버는 것만큼은 버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별로 그렇게 큰 욕심도 없고요, 그냥 계속 음악을 해나가면 되니까요.

이동연: 한국에서 여성 가수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은데요, 음반판매도 어렵고...

이상은: 음, 글쎄요, 가끔은 내가 진짜 음악 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 게, 책을 하나 쓴 게 있는데, 굉장히 많이 나가더라구요. 인세도 제대로 받고, 앞으로 그냥 글 써가지고 먹고살까, 이런 생각도 해요. 요즘 베를린 여행기를 쓰고 있는데, 그걸로 먹고살아도 되겠더라고요, 책은 다운로드를 받을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미술도 좀 하고 싶어요, 원래 했었으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마음속에 음악, 왜 100% 음악이 아니면 안 되는 그런 경우는 제가 제 자신이 아닌 것 같아요. 어떻게든 그게 힘들면 다른 길로 빠져나간다던가, 한국에서 힘들면 일본으로 간다던가, 일본에서 힘들면 한국으로 온다던가, 이런 식으로, 계속 도망 다닌다고 해야 되나? 과연 내가 그냥 정말 진정한 100% 뮤지션일까라는 생각을 하니, 음악밖에 안하시는 분들한테 되게 미안하기도 해요, 사실은 나중에, 지금은 아니지만, 먼 훗날, 이상은 책도 계속 내고, 어느 순간 전시회도 하고, 나이 먹더니 영화도 찍네? 이런 타입이면 좋지 않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단어가 초월이에요"



이동연 : 어느 인터뷰한 내용 읽어보니까, "음악이라는 배를 타고 가다가, 그림이라는 배를 타보고, 아니면 가정을 갖고 아이를 키워보다가 승려가 될 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거는 무엇인가 있다는 것이고, 근접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는데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이라 할 수 있나요?

이상은 : 예, 그래서 막 치열하게 하고는 있는데, 특별히 뭐 음악을 가지고 이렇게, 뭘 어떻게 해서 돈을 무지하게 많이 벌고, 그런 생각이 없으니까요. 나름대로 먹고사는데 급급해서 만든 음악은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가질 수 있는 그런 어떤 종류의 진보성이라던가, 아니면 어떤 종류의 실험성이라던가, 실험성이라고 해서 사운드를 무슨 노이즈를 걸어야 실험이 아니라, 행보 자체를 실험해 볼 수도 있고, 그런 존재로 기억에 남게 되지 않을까, 좀 과장되게 얘기하자면 1990년대에는 21세기 사람처럼 행동을 했고, 21세기 초반에는 22세기 사람처럼 살았다고, 그런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렇게 될지 안 될지, 그건 모르지만 그게 그냥 제 삶을 가지고 실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에요.

이동연 : 가정을 갖고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요?


이상은 : 어, 그것도 해볼 수 있으면 좋죠. 해볼 수 있으면.

이동연 : 그렇다면 지금은 사랑하시는 사람이 안계시나요?

이상은 : 3년 전에 헤어졌죠. 새로 사람은 사귄다는 게 사실 좀 귀찮게 보입니다. 그러니까, 뭐라 그래야 되나, 되게 연세 많으신 분들이랑 제는 친구가 잘 되는 편이에요, 직접 경험이 많지 않지만 여기저기 듣고 보고 그런 게 많아가지고, 약간 좀 할머니 같은 면이 있다 그래야 되나? 다 초월한 것 같은... 근데 제가 좋아하는 단어가 초월이에요. 초월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아득바득해서 이거해도 막 이러고, 전 그러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초월한 듯이...

이동연 : 초월을 말씀하시니까 드리는 질문인데, 자신의 음악 활동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보헤미안', '히피', '아나키스트' 중 어디에 어울린다고 보시나요? 사실 이 세 단어는 노래 제목에 나오는 것들입니다.

이상은 : 뭐 그런 명칭은 별로 중요한 것 같지는 않고요, 그냥,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그냥 남고 싶은 거니까, 그게 뭐가 되었든, 그런 수식어보다는 그냥 여성창작자? 그렇게 봐주는 말이 더 좋죠. 하도 요즘 창작자들이 사라지는 세상이라서...

"전쟁 같은 음악만들기, 그러나 계속하자"

이동연: 이상은씨가 쓴 'Art & Play - 예술가로 사는 법'이란 책을 보면 예술을 놀이처럼 하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던데요. 음악을 작업하는 것도 놀이라는 생각으로 하시는지요?

이상은 : 음, 글쎄요 사실 음악을 만드는 작업은 놀이라고 생각 안 해요, 대중들이 조금 더 예술에 대해서 매력을 좀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 책을 쓴 거긴한데요. 실제로 음악을 만드는 것은 절대 놀이가 아니라, 너무 힘든 일입니다.

이동연 : 그래요?


이상은: 그럼요, 작품 만드는 건 거의 죽음이죠, 그러니까, 어떻게 그거를 견뎌내는지 모를 정도로 공포감을 늘 느끼니까. 공연이 있어도 공포를 느끼고, 작사 작곡하고 레코딩할 때도 거의 공포를 느끼고...

이동연 : 혹시 본인이 작업할 때 다가오는 공포감이나 압박감을 이기기 위해서 스스로 예술을 놀이처럼 생각한 것은 아닌지요?

이상은 : 그럴 여유가 없어요, 레코딩할 때는 거의 다 전쟁터니까요. 영화제작 쪽도 되게 치열한 전쟁이긴 한데, 음악도 마찬가지고, 거의 다들 죽어나는데요. 모든 음악들에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어요, 엔터테인먼트 쪽은 어떻게 되나? 마찬가지 아닐까요?

이동연 : 인터뷰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마지막으로 팬들한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말씀해주시지요.

이상은 : 먼저 작년 말 메리홀에서 했던 공연에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늦었지만, 감사드립니다. 그때 공연장에서 제가 예전에 만들었던 'don't go babe', '우리 이젠' 같은 노래들을 좀 코믹하게 불러드렸어요. 되게 재밌었거든요. 그게 어떻게 되었든지 간에 좋은 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은 팬이랑 아티스트는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저를 응원해주시고 그러시는 분들한테 진짜 고맙게 생각을 하는 게, 그 수많은 가수들 중에 또 저를 서포트 해주시고 좋아해주시고 그러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거에요, 한국에 있는가 싶으면 외국에 나가버리기도 하고, 뭔가 이렇게 여러 가지로 까다롭고, 여러분들 구미에 잘 맞지 않지만 그래도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소 : 쌈지 스페이스
진행 : 박준흠(가슴네트워크,
www.gaseu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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